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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흉외] 2014년 12월 흉부외과 칼럼

작성일 2014.12.17 조회수 617
 
의과대학을 지원하는 학생들에게 고함

2014년 12월 09일 20:08:07 화요일 박국양 webmaster@kyeongin.com
 
의사는 히포크라테스 선서 순간부터 공인이며 24시간 환자용임을 잊지 말아야소명을 받들고 병상
지키며 진정한 의술 펼칠때 국민들은믿음과 희망을 간직할 수 있다


▲ 박국양 가천대 의학전문대학원장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보면 '나의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한다'는 말 외에도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한다'는 서약내용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고대 인도의 의사서약문을 보면 '너 자신의 생명이 위태롭다 해도 환자에게 헌신하여라' '생각만으로도 환자에게 해를 주지 말라'라는 말이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세종 때 편찬된 의방유취에 '의학을 배우는 사람은 반드시 의학원리에 대해 널리 보고 깊이 연구해 한시도 게을리하지 말아라' '환자에게 자비롭고 측은히 여기는 마음을 발휘해 사람을 고통에서 구원한다는 맹세를 해야 한다'라는 말이 있지요. 모두가 의사로서의 기본 마음가짐을 이야기한 것으로 21세기인 지금에도 변하지 않는 금언입니다.

이러한 의학의 대선배인 히포크라테스의 인술이 21세기인 지금 의과대학을 지망하는 학생들, 또 의대를 졸업하는 의사들 마음속에 얼마나 자리잡고 있을까요? 전국 41개 의과대학에서 매년 3천400명이 넘는 의대생이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한다'는 선서를 하지만 정작 의사로서 평생 이를 마음에 담고 실천하는 의사는 그렇게 많지 않은 듯합니다. 세상이 물질주의로 바뀌고 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에서 이기적인 풍토가 경쟁적으로 자리하고 있으며 내 것을 챙기지 못하면 바보 취급을 받는 세상이란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 의료인만큼은 마지막으로 인술의 사도가 돼야 하지 않을까요?

의대입시 면접에서 여러분들이 했던 말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의학자가 돼 노벨상에 도전하겠다' '소위 바이탈사인(vital sign:혈압·맥박·호흡수·체온을 말함)을 잡는 생명을 구하는 의사가 되겠다'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셨는데 그 병을 정복하겠다' '환자에게 마음으로 다가가는 의사가 되겠다' 등등.

그렇게 약속했던 당신들이 왜 의대 졸업 후에는 가장 생명과 직결되고 낮이나 밤이나 환자 곁에 있어야 하는 흉부외과에는 지원자가 없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올해도 흉부외과 지원율은 최하위로 20~30년 후면 여러분 자신과 자녀들의 심장수술은 중국·필리핀·방글라데시 의사들에게 맡겨야 될지도 모를 정도로 흉부외과 의사의 '씨'가 마르고 있습니다. 어디 흉부외과뿐인가요. 당직이 많고 수술이 힘든 모든 과는 소위 전공의 '기피과'가 돼가고 있으니 입학 당시 여러분들의 그때 그 맹세는 다 거짓말이었단 말입니까?

차라리 면접 때 "저는 집안이 어려워 수입도 좋고 정년도 보장되는 의사의 길을 가려고 이 길을 택했습니다"고 솔직했더라면 마음이 이렇게 무겁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의대를 지원했던 진정한 이유가 단지 공부를 잘해서이든 부모님이 원해서이든 직장이 안정되고 수입이 좋아서이든 이제 여러분이 알아야 할 것은 대한민국의 미래는 가장 유능하고 실력있는 여러분의 손에 달려 있다는 사실입니다.

자동차와 반도체로 먹고 살던 대한민국은 이제 중국에 그 자리를 물려줄 때가 올 것입니다. 벌써 삼성 휴대전화가 중국의 샤오미(小米)에 추격을 당하지 않았습니까? 우리나라가 살 길은 새로운 의료의 블루오션이며 우리가 그 길을 걸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유능한 의과학자인 당신들의 머리에 의지할 것입니다. 또한 여러분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는 순간부터 공인이며 24시간 환자용이며 여러분의 전화는 환자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열려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국민들은 그러한 여러분을 보고 박수를 보낼 것이며 진정한 의술에 감동할 것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에게는 그래도 병상을 지키는 의사들이 있구나' 하고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의과대학생들이여, 히포크라테스의 소명으로 돌아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십시오.



 
[의사 이정렬의 병원 이야기]'존스홉킨스도 위험한 병원이었다'

2014-12-09 03:00:00
 




▲이정렬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지난 회에 의사 인생의 3단계와 의사라는 직업의 궁극적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필자도 환자의 죽음과 관련된 수많은 경험과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환자의 죽음은 가족의 것이기도 하지만 의사의 것이기도 하다. 이 아픔을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은 후회와 회한이 없도록 성찰에 성찰을 거듭하는 것이다. 수술 전날 정신과 육체를 정갈하게 준비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는지, 예방 가능한 사고였는데도 막지 못한 것은 아니었는지, 미숙함이나 실수는 없었는지, 과욕을 부려 무리한 점은 없었는지, 가족들과 공감은 충분했는지, 똑같은 결과를 초래하지 않기 위한 공부와 각오는 충분히 했는지 등등에 대한 고통스러운 질문을 하면서 다시 수술대에 오르는 용기를 얻게 된다.

이번에 사망한 신해철 씨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진정성 있는 해법이 강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강하다. 우선 의사와 병원 시스템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뭐니 뭐니 해도 의료의 질과 환자의 안전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와 규칙을 준비해야 한다. 필자는 지난 칼럼들에서 한국 의료계가 '근거 중심 표준 임상진료지침' 구축에 애를 써야 한다고 누차 강조했다. 소를 더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치고(질과 안전 보장) 동시에 소를 잃었더라도 외양간을 고치자(재발 방지)는 말이다.

수술 후 환자가 제대로 잘 적응했는지, 누가 봐도 공감할 수 있도록 수술 방법은 잘 선택되었는지, 수술 후 환자에게 예기치 않았던 증상이 나타났을 때 제때에 적절한 검사와 조치가 이뤄졌는지, 이 모든 것을 환자와 가족들이 공유했는지 등등을 점검하는 것이다. 사전에 이런 지침들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이번 경우에도 경고등이 번쩍거렸을 때가 여러 번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환자 안전의 중요성에 대해 세계 제일로 평가받는 존스홉킨스 병원의 '조시' 이야기는 안전한 병원이 되기 위해서 병원들이 얼마나 솔직해야 하고 얼마나 강한 실천 의지와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는지, 또 투자가 있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책 '존스홉킨스도 위험한 병원이었다(Safe Patients, Smart Hospitals·청년의사·2010년)'에 나오는 조시라는 이름의 아이는 미국 중산층 가정의 여느 막내와 마찬가지로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자랐다. 그러던 어느 날 목욕물에 전신 화상을 입는다. 다행히 적시에 응급실에 도착해 명문 병원이 제공하는 훌륭한 화상 치료 덕에 퇴원을 앞두게 되었다. 하지만 갑자기 탈수 패혈증 등이 겹쳐 목숨을 잃고 만다. 책은 존스홉킨스 병원조차도 의료진 사이는 물론이고 일반 근무자들과 전문 의료진 간의 의사소통이 부족했으며, 아이를 살릴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이미 있었는데도 이를 실천할 가이드라인이 있는지조차 아는 의사가 별로 없었음을 드러낸다.

병원은 결국 현실들을 솔직히 인정하고 치부를 드러내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혁신을 시작한다. 다양한 진료지침 구축과 환자 안전수칙 실천을 향한 처절한 노력이 있었다. 병원의 노력에 감동한 '조시'의 가족들은 환자 안전의 전도사가 되어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했다.

환자 치료를 하다 보면 예상과는 다른 결과들이 숱하게 나온다. 운이 좋으면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환자 사망 같은 최악의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이는 때로 '의료 과실'이 되어 책임 소재와 배상 보상 논란으로 이어진다. 대부분 병원들은 자문 변호사와 법의학자를 포함한 의료윤리위원회를 두고 있어 의료 과오나 과실에 대한 자가 평가가 가능하다. 자체 평가 결과를 환자나 가족이 인정할 수 없을 때에는 의료소송을 제기하거나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심사를 의뢰하게 된다. 과거에는 병의원들이 비교적 '갑'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어 억울함을 해소하고 보상을 받을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 환자나 가족들의 막말 폭력사태가 있었으나 이제는 전문가도 늘었고 법원도 그동안 경험을 바탕으로 균형적인 판결을 내리고 있다.

필자는 이번 일을 지켜보면서 몇 가지 반성과 제언을 하고 싶다. 지난번에도 언급했지만 의료서비스는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창작 활동이다. 우선 환자를 병이 달린 불량제품이 아닌 인간으로 대하는 의사가 많아졌으면 좋겠고 이를 위해 자기 성찰과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또 환자와 가족들도 이런 의사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주었으면 한다. 병원들은 꺼진 불도 다시 보는 마음으로 제도와 규칙을 쉼 없이 갈고닦았으면 좋겠다.

국가도 의료기관 인증제, 임상진료지침 구축, 의료사고 판단 시스템 고도화, 공평하고 합리적인 보상제도 도입 등에 신경을 더 써 주었으면 좋겠다. 의료사고에 대한 의사나 병원을 위한 보험제도의 도입은 시급하다. 언론도 시청률 경쟁에서 한 발짝 물러나 근거 중심의 고품격 안전 의료서비스를 찾는 노력에 조금 더 신경을 써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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