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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흉외] 2015년 1월 흉부외과 칼럼

작성일 2015.01.15 조회수 494



 
양은 온순하고 주인말을 잘 들으며 고기·털·가죽까지 인간에게 모두 바친다 희생의 상징인 양의 해를 맞아 상대방 아래에서 '이해'를 배우고 '희생'을 실천하는 민족됐으면…

2015년 01월 07일 수요일 박국양 기자 webmaster@kyeongin.com
 


▲ 박국양 가천대 의학전문대학 원장

좋아하는 영어 단어중에 'understand'라는 단어가 있다. 우리말로는 '이해(理解)하다'라고 번역이 되는 이 말은 '사리를 분별하여 해석한다'라는 뜻이지만 영어로는 'under'라는 단어와 'stand'라는 단어가 합쳐진 것이다. 영어의 뜻대로라면 '다른 사람의 아래에서 선다'라는 뜻이다.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아래에 서야 한다'는 말로도 해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대방보다 아래에 서는 희생도 때로는 필요하다.

일전에 어느 모임에서 재미있는 심리테스트를 받은 적이 있는데 그 질문은 이러했다. '당신이 한달 동안 사막을 건너야 하는데 사자, 말, 원숭이, 양 중에서 한가지 동물만 데리고 가야 한다면 어떤 동물을 택하겠습니까?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라는 문제였다. 각자 본인이 데리고 갈 동물을 적고 일어나서 그 이유를 설명해야 했다. 하바드 대학 정신과에서 심리 테스트를 하는데 사용된 문제라고 소개되었던 이 문제를 나도 한번 풀어 본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양을 택하였는데 그 이유를 나는 '양은 젖도 먹을 수 있고 나를 잘 따르고 저녁에는 따뜻하게 해줄 수 있으며 배고프면 잡아먹을수 있기 때문' 이라고 적었다. 사자는 심리학적으로 명예를 상징하고 말은 목적 지향적이며 원숭이는 자녀를 상징하고 양은 희생과 순종적인 성격을 나타낸다는 강사의 설명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양을 선택했던 것이 기억난다.

올해가 양의 해이다. 세상의 동물중에서 평화를 상징하는 두가지를 선택하라고 하면 비둘기와 양이 아닌가 싶다. 양은 온순하고 주인말을 잘 들으며 고기, 털, 가죽까지 인간에게 모든 것을 바친다. 성경에서도 양은 고대로부터 자신의 죄를 사해주는 '희생양'으로 많이 사용되었으며 그 온순함과 주인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주인을 따르는 습성으로 인해 '목자와 양'의 비유로 언급되고 있다.

사람은 동물과 다른점이 무엇일까? 동물이나 사람이나 배고프면 음식을 먹고 먹으면 배설하고 생식하고 자기 자식은 귀여워할 줄 안다.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고 싫어하면 상대방을 싫어하고 나를 미워하면 같이 미워하는 것이 동물이나 인간이나 같이 지니는 본능이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동물이 가지지 못한 고상한 행동을 추구하는 것이 있다. 남을 위한 배려, 부부간의 약속, 자식에 대한 희망,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믿음, 나에게 은혜를 베풀어준 사람에게 은혜를 값는 것, 힘들 때 참는 인내심, 개인이나 공동체를 위한 고귀한 희생 등이 그것이다. 이런 품성이 있기 때문에 사람은 동물과 다르며 만물의 영장이라고 불리게 되는 것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해부학적으로 사람에게는 전두엽앞에 있는 또 하나의 구조물 즉 '전전두엽', 영어로는 'prefrontal lobe'라고 부르는 곳이 바로 이런 기능을 한다고 한다. 이 구조물은 물고기나 하등동물에는 거의 발달이 안되어 있는데 화를 잘내거나 반사회적인 인물들을 해부해 보면 이러한 전전두엽이 현저하게 축소되어 있다고 하며 희생심이 많고 배려심이 많은 사람은 전전두엽이 크게 발달되어 있다고도 한다.

희생의 상징인 양의 해를 맞아 '다른 사람 아래에 서서'(understand) '이해'를 배우고 '희생'을 실천 하는 우리 민족을 꿈꾸어 본다. 나의 희생이 없이는 상대방을 이해할 수 없다.



 
[의사 이정렬의 병원 이야기]'같은 질병, 다른 치료비' 4개 병원 차이가 무려 255만원

2015-01-06 04:13:44
 


이정렬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당연한 말이지만 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입장이다. 환자의 입장이란 것도 두말할 것 없이 병을 정확하게 조기 진단받고 적시에 치료를 받으며 치료 결과가 만족스러워야 한다. 또 중요한 것이 의료비다.

의료행위는 고도의 창의적 분야이기 때문에 표준화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의료 역시 기술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는 표준화가 가능하다. 의료진의 지식(지침준수)과 손재주(기술)가 표준화돼 있으면 환자들은 어느 병원, 어느 의사를 찾아도 평균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또 의료비 적정 산출의 근거가 마련된다.

오늘 칼럼에서는 진료지침 표준화를 예를 들어 설명하고자 한다. 편의상 2001년 실제 데이터를 근거로 A라는 동일한 질병을 앓고 있던 환자 4명이 각각 다른 4개 병원에서 어떤 치료를 얼마의 비용으로 치료받았는지를 비교해 보고자 한다. A는 비교적 흔한 질병인데 대형 병원들은 비슷한 환자들의 데이터와 많은 경험을 이미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비교가 가능하다고 본다.

A라는 병은 진단이 되면 거의 모두 수술이 필요하다. 소규모 병원에서는 수술이 어려워 환자는 큰 병원을 추천받고 처음부터 검사와 진단을 다시 하게 되는 때가 많다. 아래 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면 알겠지만 진단부터 병원마다 다양하고 중복된 검사가 진행되는 사례가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어떻든 실제로 필자가 4개 의료기관 자료를 검토해 보니 유의미한 차이가 나왔다.

○ 검사 항목-시행 횟수 천차만별

①우선 환자들이 낸 1인당 총진료비가 각각 달랐다. 4개 병원 각각 554만 원, 598만 원, 675만 원, 809만 원으로 가장 많게는 무려 255만 원이나 차이가 났다. ②총진료비를 구성하는 항목을 살펴보았더니 진찰료나 입원료는 거의 비슷했지만 검사 항목이 병원마다 달랐다. 4개 병원의 검사항목을 모두 합쳤더니 총 70여 가지가 나왔다. 이 중 수술 전에 시행한 효소 검사, 당 검사, 면역조직화학 검사의 시행 횟수를 비교해 보니 가장 적게 시행하는 병원과 가장 많이 시행하는 병원 사이에 각각 2.1배, 4.5배, 5.3배의 차이가 발생했다. 일부 병원에서 시행한 검사에는 정말 환자에게 필요한 검사였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겠다고 추정되는 항목들도 있었다.

한편 4개 병원의 평균 수술시간을 계산해 보니 가장 짧은 시간을 들인 병원과 가장 긴 시간을 들인 병원 간에 1.8배의 시간 차를 보였고 수술에 쓰이는 봉합실이나 봉합기기의 사용 빈도는 3배, 평균 재료비는 1.6배 차이가 있었다. 환자가 입원해 있던 기간도 가장 짧았던 병원과 긴 병원 사이에 5.8일의 차이가 났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차이가 병원 간뿐만 아니라 한 병원 안에서도 발견된다는 것이다. 일례로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의 같은 해 데이터를 기준으로 A라는 동일한 질병을 수술한 의사 5명을 비교해 보니 평균 수술시간이 짧게는 92분에서 길게는 163분으로 다양했다. 환자들의 입원기간도 의사에 따라 8일에서 16일 정도로 벌어졌다. 환자들이 지불한 진료비도 의사에 따라 662만 원에서 740만 원으로 달랐다.

○ 질환별 진료패턴 표준화해야

같은 질병인데도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은 왜일까. 무엇보다 진료지침이 명문화돼 있지도, 통일돼 있지도 않다는 점이다. 기술이 획일적인 것도 문제이지만 동일한 질환에 대해 너무 편차가 크다면 현재 진단 및 치료 패턴을 재고할 여지가 있다는 이야기로 해석할 수 있다. 병원마다, 의사마다 다른 수술 전후 진단을 위한 검사 항목과 시행 횟수가 어느 정도 표준화가 이뤄지면 평균 수치가 제시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의사들의 진단과 치료에는 철학의 차이도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의사는 상대적으로 고가의 복강경 수술에 적극적이지 않고 고가의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자제하거나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이런 현상에 대한 분석과 고찰, 대안을 제시하는 현장 중심의 양식 있는 의료인 주체 그룹이 없다는 사실이다. 창의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진단과 치료 방법의 끊임없는 도입과 실행이 의료 세계화의 원동력임을 확신한다면 한국 의료의 표준화와 이의 준수 및 실행이 해결책이란 사실에 더이상 의심을 품지 말아야 한다.

자, 이제 뭘 어떻게 하면 좋을까? ①서서히 꿈틀거리기 시작한 대한의학회 중심의 임상 진료지침 구축작업을 학회와 국가적 차원에서 수면 위로 올리고 각종 지원책을 준비하면 좋겠다. ②대형병원을 포함한 병원 간 최상의 진료 결과를 개방하고 개인별, 질환별 진료 패턴 차를 분석해 표준화 및 의료비 적정화 작업을 시작했으면 한다. ③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도 환골탈태한다는 각오로 최고 수준과 적정 수준을 아우르는 진료 패턴을 확립하는 데 함께했으면 좋겠다. 표준 임상 진료지침이 완성되면 한국 의료는 명실상부 세계가 인정하는 최고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의사 이정렬의 병원 이야기]수술보조만 해서는 명의가 될 수 없다

2015-01-20 08:41:02
 


이정렬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화가와 의사는 닮은 점이 많다. 무슨 말인가 갸우뚱하시는 분들을 위해 몇 가지 비슷한 점을 꼽아보면 이렇다.

①어깨너머로 구경만 한다고 대가나 명의가 될 수 없다. ②화가가 남의 화폭을 준비해 주고 붓을 씻어 주고 물감을 풀어 주는 일만으로 대가가 될 수 없듯 의사도 수술 보조를 해주는 것만으로 명의가 될 수 없다. ③화가가 직접 그려보고 때로 망쳐서 화폭을 찢어버리기도 해봐야 감동을 주는 그림을 그릴 수 있듯 의사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 수련을 거쳐야 명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 과거 도제식 수련법으로는 부족

화가처럼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나 천재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명의가 되는 길은 화가의 고통스러운 창조 행위에 견줄 만큼 쉽지 않은 길이다. 무엇보다 의사에게는 생명존중 정신과 반복 훈련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정신적 가치보다는 물질적 가치가 강조되는 세상이다 보니 의사의 직업윤리도 많이 약해져 가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젊은 의사들 탓만 할 수는 없는 일. 변화된 세상에 맞춰 의사 교육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연습하고 경험하고 때로 실수도 하면서 오늘까지 이른 필자의 수련 방식도 옛날 방식이 되어가고 있다. 더구나 요즘처럼 환자 안전이 최우선 관심사가 되어 있는 현실에서는 직접 경험을 통해 수련하라는 말도 무책임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훌륭한 의사들을 길러낼 수 있을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외과의사의 바느질 실력을 키운다고 방석을 앞에 놓고 바느질을 가르치는 분도 있었지만 이제 그 정도 갖고는 어림도 없다. 최근 필자는 국제학회에 참석할 기회가 몇 차례 있었는데 선진국 의사들도 필자와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절감할 수 있었다.

요즘 심장외과 국제학회에서는 논문 발표 등 이른바 두뇌 경쟁이 사라지고 있다. 그 대신 세계적 대가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와 돼지나 개를 수술대에 눕혀 놓고 직접 심장을 적출해가며 세세한 수술기법을 후배들에게 가르치는 '체험 학습의 현장'으로 바뀌고 있다. 아직까지는 시간적, 공간적 제한에 비용 문제가 겹쳐 실제 수술과 똑같은 환경에서의 실습은 못하고 있지만 어쨌든 수술 경험을 직접 가르치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서 매우 혁신적이다.

○ 수련의 수술체험 학습 늘려야

필자의 수술팀도 이런 변화에 맞춰 지난 1년 동안 흉부외과 수련의들을 대상으로 9차례에 걸쳐 '심장수술 정복'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1년여 노력 끝에 "아! 바로 이거"라는 공유점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수술대에 사람이 아닌 동물을 눕혀 놓는다는 점만 다를 뿐 모든 조건이 동일한 상태에서 수련의들이 직접 메스를 들고 집도하고 문제가 생기면 서로 조언을 주고받는 동안 선배 의사(멘토)들은 뒤에서 결정적인 조언만 하면서 최소한의 시범만 보인다. 교육 효과를 딱히 검증해볼 기회는 많이 없었지만 이렇게 만든 프로그램이 전국 흉부외과 수련의들에게까지 호응을 받으며 국제학회(The 1st Cardiac Surgical Skill Training Workshop using Canine Animal Lab·2014년 12월 6일)에까지 소개됐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

특히 지난해 12월 6일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서는 소아심장 수술 분야의 세계적인 대가인 토머스 스프레이 교수가 직접 멘토로 참여해 시범을 보여주면서 우리 프로그램이 매우 우수하고 차세대 의사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훈련이라고 극찬해줘 매우 기뻤다.

이제 외과의사 교육도 과거 도제식 교육에서 벗어나 새로운 장을 열어야 하며 이미 이런 노력들이 의료 현장에서 시행되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와 교육계의 관심과 재정적, 제도적 지원을 희망한다. 이를 통해 기본기가 탄탄한 외과의사들이 길러져 환자들에게 더욱더 안전하고 질 높은 수술 서비스가 제공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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