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의 창]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흉부외과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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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매경의 창]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흉부외과 위기
흉부외과라는 진료 분야는 폐암, 식도암 등을 다루는 일반흉부외과(폐식도외과), 심장판막, 관상동맥, 대동맥 등을 다루는 성인심장혈관외과, 소아와 성인의 선천성 심장병을 다루는 선천성심장외과 등으로 크게 나눠지고 에크모, 중환자, 혈관질환, 외상외과 등 다양한 분야가 포함되어 있다. 한마디로 인간 생명의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최전선의 의료인들이 모인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1968년에 대한흉부외과학회가 창립된 이후 어느덧 54년의 세월이 흘렀고 현재까지 1500명 내외의 전문의를 배출하고 국민의 생명을 든든히 지켜오고 있다. 2021년 후반기에 학회의 이름이 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로 바뀌어 곧 의료기관에서도 진료과의 이름이 변경될 날이 머지않았는데, 학회 입장에서는 개념적으로 국민에게 잘 다가가지 않는 흉부외과라는 이름 앞에 심장혈관이 더해져 친숙하게 다가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진료, 연구, 교육, 봉사 등 여러 방면에서 뛰어난 발전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공의 지원자 감소, 전문의 고갈, 저수가 제도의 문제 등 여러 상황의 악화로 흉부외과는 위기를 맞고 있다. 한 해에 65명 내외를 선발할 수 있는 전공의가 20명 전후인 것은 이제 너무 익숙한 일이 되어 버렸고, 4년간의 전공의 수련 기간을 마치고 전문의가 되는 수련 시스템을 잘 유지하고 있는 병원은 전국에서 5개 병원(수도권 3개, 부산·경남 1개, 호남 1개)에 불과하며, 이는 전체의 7.4%에 해당한다. 65세에 은퇴를 가정하고 현재 활동 중인 전문의의 38%에 해당하는 440여 명이 10년 내 정년을 맞이하면 흉부외과 전문의 고갈 사태는 국가적인 위기로 다가올 것이 자명하다. 이미 여러 대학병원에서 50세를 훌쩍 넘은 교수들이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당직을 서는 상황은 너무나 익숙해져서 이제는 이러한 모습은 더 이상 위기라고 말하기도 지치는 상태이다. 환자를 진료하고 수술하고 중환자 관리도 하고 집에 못 가고 계속 챙겨야 하는 현재의 상황을 전문의의 번아웃 상태로 규정할 수 있으며, 지방 의료 붕괴로 시작된 상황은 곧 국가 의료 붕괴라는 심각한 손실로 이어질 것이다.
흉부외과를 살리기 위하여 2009년부터 시작된 흉부외과 지원금 정책은 실제로는 의료기관으로 지원되어 정작 흉부외과를 살리는 목적으로는 만족스럽게 사용되지 못하고 있고, 이는 병원의 규모가 작을수록 더 심각한 상황이다. 혹자는 지원금이 있어도 효과를 못 본다는 평을 하곤 하지만, 이 지원금은 현재 매년 20여 명씩 선발하고 있는 우수한 전공의들의 최소한의 자존감을 살리면서 위기를 해소하는 적지 않은 효과를 보인다고 하는 것이 더 올바른 해석이다. 지원금의 일부를 흉부외과 진료지원인력 선발에 운용하게 된 것도 무시 못 할 부분이다. 향후 본연의 목적에 맞는 지원금 운용이 되기 위해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시기이다.
최근 학회 차원에서 대통령직인수위, 국회 보건복지위 등에 현 상황의 어려움을 설명하고 향후 흉부외과를 특별 관리하는 대책이 필요함을 역설하였다. 지원금의 일부를 학회에서 운용하는 발전적인 방안도 제안하였다. 이제부터는 디테일이 중요한 시점이 되었다. 심장혈관흉부외과의 위기 해결을 위하여 현재의 수가 시스템을 뛰어넘는 담대한 지원책, 생명과 직결된 분야의 의료를 존중하는 국가 차원의 관심과 관리, 어려운 수술 오래 하고 힘든 환자 오래 보는 의사에게 더 많은 의료비를 지출할 수 있는 국가의 통 큰 대책과 국민의 인식 변화 등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제 위기는 이미 오래고 너무 시간이 지났다. 힘들어도 묵묵히 열심히 일만 하는 것은 머지않아 한계에 도달할 뿐이다. 내년에는 이런 글을 쓰지 않았으면 하는 작은 희망을 가져본다.
[김경환 서울대병원 교수·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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