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기사 흉부외과를 살리려면...
한국일보 2010년 1월 21일 27면
[헬스 프리즘] 흉부외과를 살리려면…
흉부외과 전공의 지원율이 26개 전문과목 중 최하위다. 지난해의 경우 19명 만 지원해 25%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에 따른 여러 문제점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돼 국회 보건복지가족상임위원회, 보건복지가족부, 건강정책심의위원회 등의 배려로 지난해 7월 1일 흉부외과 전문의의 의료수가가 100% 인상됐다.의료수가 인상에 따라 일부 대형병원에서는 전공의 급여를 상당히 올렸지만, 기타 병원 특히 지방대학병원에서는 전공의 급여 인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시행된 2010년도 1년 차 흉부외과 전공의 모집결과, 전년보다 9명이 늘어난 31명이 최종 합격했다. 그러나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당액의 급여인상을 시행한 일부 대형병원에만 지원자가 몰렸다. 반면 기타 병원 특히 지방대학병원에는 예전처럼 전공의 지원이 미미했다. 이는 전공의 급여 인상만으로 흉부외과 지원자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의대 졸업생이 왜 흉부외과 지원을 기피할까? 우선 매우 열악한 근무여건이다. 지원자가 적어 기존 전공의와 신입 전공의의 업무 분량이 더 많아지고, 당직도 늘어나고, 잠도 제대로 잘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두 번째로, 전공의를 마치고 전문의가 돼서도 취업기회가 적고 장래가 불투명하다. 세 번째로, 전문의로 취업한 뒤에도 다른 과목의 전문의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위험한 수술과 수술 후 환자 관리에 시간을 쏟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잦은 응급수술을 하면서도 그에 상응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그러면 의료수가 100% 인상에 따른 병원의 수입을 어떻게 사용하면 흉부외과를 살릴 수 있을까? 우선 전공의 급여를 전국적으로 같은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전공의의 지원 불균형을 최소화할 수 있다. 두 번째, 흉부외과 전문의의 취업 기회를 넓혀 주어야 한다. 기존 병원에 전문의를 추가 확보함으로써 전공의의 과중한 업무를 보조해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환자실과 응급실에 전담 흉부외과 전문의가 있으면 전공의 부담을 덜면서 전문의 취업 기회의 증가라는 일석이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마지막으로 전공의들은 기존 전문의들을 보면서 자신의 미래를 내다보므로 전문의의 급여도 인상해 주어 현실화해야 한다. 그러면 흉부외과가 살 수 있을 것이다. 현재까지 100% 의료수가 인상분의 의료진에 대한 지급내역이 병원 별로 차이가 많아 흉부외과를 살리기 위해 시작된 수가 인상 효과가 오히려 빈익빈 부익부라는 부작용을 초래해 원래의 좋은 뜻이 퇴색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부디 흉부외과 살리기의 원래 취지가 충족될 수 있도록 관계당국의 관심과 협조가 절실하다.안 혁 (대한흉부외과학회 이사장)